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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남자에겐 보이지 않아_박선화지음

오버플로우 2018. 10. 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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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함께하고 싶지만 어쩐지 불편한 심리 탐구

박선화 지음

 최근 나온 책 중 표지에 눈길이 가서 집어들게 된 책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심리탐구라고 되어 있길래 관심이 가 읽어 보기로 했다. 읽는 내내 정말 불편했고 화가나기도 했으며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화가난 첫번째 이유는 여자이기에 당했던 부당한 대우와 상황들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는 나도 여자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사회전반에 깔려있는 남성주의 의식들과 그것을 반영한 현실을 마주하며 몰랐던 부분도 많았지만 알면서도 외면했고 수동적이었던 나의 모습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몇년 전 부터 외국생활을 오래한 친구들이나 동료들의 영향으로 인해 이제 나도 나의 목소리를 내고 그저 소극적으로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더욱 이런 내용에 관심이 간다.

작가의 글은 단순히 여성들이 현실에서 받은 불평등과 불편함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설명하고 단순히 남성과 여성의 갈등이 아닌 권력을 가진 계층과 권력을 가지지 못한 계층을 설명하며 남성과 여성의 갈등을 어떻게 하면 줄여갈수 있을 지 고민하고 생각해보게 만든다. 

작가가 소개한 내용중 뉴스앵커에 관한 이야기이다. 방송사별 대표적인 뉴스를 보면 늘 중견 남자와 젊은 여자 아나운서가 나란히 앉아 뉴스를 전한다. 나도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조금 충격적이었고 정말 능력있는 중견 여성앵커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든다. 분명 비슷한 시기에 입사하여 여성 아나운서로 활동했을 분들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일반 기업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작가는 여성들이 가질 '파이' 자체가 작다고 말하였다. 정말 맞는 말이고 경험을 해 보아 잘 이해 되었다. 나의 이전 회사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은 기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중심의 기업문화가 지배적이었고 여성임원들의 비율은 현저히 낮았으며 임원이 된다 하더라도 남성임원들 사이에서 겪는 압박감, 그리고 능력있는 아래 직원들을 향한 경계와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기에 더 와 닿았다. 말그대로 "을의 전쟁" 이었던 것 같다. 

참고로 책에서는 대한민국의 대기업・공기업 여성 직원 비율은 현재 20% 수준이고 여성 임원은 2017년 기준 2.4%로 아시아 태평양 연합국가 20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파키스탄이나 브루나이보다 낮다고 한다. 북유럽권이 평균 35%가 넘고 서유럽이나 미국이 20%대, 아프리카∙동유럽권이 14~15%대로 사실상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여성임원율이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는 말에 우리나라 기업에서의 여성 리더 비율 현실에 또 한번 실망스러웠다.

또 한가지 알게 된 사실. 무의식속의 성편견 반영으로 대부분의 생활밀착형 음성비서가 모두 여성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보이스 메일, 내비게이션, 엘리베이터에서도 여성의 음성이 나온다는 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불편한 진실들을 알게 된 것 같다. 

페이스북 최고 운영책임자이자(Chief Operating Officer, COO) 실리콘밸리의 성공 아이콘인 셰릴 샌드버그는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MBA)도 최우수 성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매우 뜻밖이다. 

그녀는 지나치게 똑똑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면 불리하다는 생각을 가져왔고 똑똑한 아이라느 말을 듣기 싫어했다고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우수한 학점으로 장학금을 받았을 때도 '남학생들과 달리' 주변에 알리지 않았고, 페이스북으로 이직하면서 저커버그와 협상할 때도 '낮은 자세'로 했는데 왜냐하면 거래를 망칠까 겁이 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세계적인 배우 나탈리 포트먼 역시 뛰어난 성적을 받고 6개 언어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여전히 내 가치를 확신하지 못한다. 학교에 다니는 내내 내가 그리 똑똑하지 않다는 사실, 멍청한 여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과 같은 두려움에 시달렸다."  >>57P

남성들은 늘 자신의 성취나 성공, 업적 등에 자신감을 더 갖고 알리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데 여성들은 자신의 성취와 칭찬앞에 왜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최근 지인이 결혼정보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여자로서 가장 높은 등급이 되려면 어리고 예쁘면 된다는 말을 해주었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능력있는 것은 다 소용이 없고 오히려 남자들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반면 남자들은 학벌, 직업, 능력이 가장 우선시된다고 하였다. 

과연 결혼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작가는 사회생활을 하며 골몰했던 것은 나탈리포트만이나 다른 여성들이 그랬듯이 자신의 가치를 알리기 보다는 멍청한 여자애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쪽에 가까웠다고 한다. 

많은 능력있는 여성들이 사회적 관습이나 기대에 묻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거나 드러내지 못하고 두려움속에 살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에서도 신문을 읽고 공부도 하는 여자주인공 고애신을 보며 할아버님은 "꽃처럼 살아라. 나비나 화초나 수놓으며 살아라." 라고 말한다. 

그리고 유진초이의 대사중 "그저 수나 놓으며 꽃처럼 살면 될텐데.." 라는 대사가 있었다. 모두 고애신을 염려하여 하는 말이었고 귀족여인이라고 해도 배움이나 큰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함을 반영한 부분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시대적인 발상을 하고 있는 남성들, 그리고 그런 기대에 묶여 사회적인 시선을 두려워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의 차이도 있고 시대의 차이도 있지만 여성들 역시 정신적∙지적 세계를 성취하고픈 본성이 있다. 상상력과 창조성은 성별이나 인종, 나이 등과 상관없는 인간의 가장 강력한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 본성이 희생당했던 인류 역사 속 숱한 여정에서 여성은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능이 많은 여성일수록 더욱 불행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다. >> 68P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구절은<5장 남자에게는 보이지 않아>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남성과 여성이 서로 비난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모습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 안에 남아있는 원시성, 오랜 시간 내재화되어 본능처럼 굳어버린 의식과 습관을 인정하고, 함께 생존해나가야 할 동반자로서 유지해야 할 부분과 버려야 할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수천 년을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왔기에 남성들이 개선해야 할 과제가 더 많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여성들 스스로도 자신 않에 있는 수동성과 때에 따라 달라지는 이기적인 습성을 과감히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 178P

이 책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많은 사람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성들이 보이지 않고 몰랐던 약자의 입장에 관심을 가지고 여성 또한 주체적인 삶을 선택하고 남성에게 기대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고 누가 누구에게 종속된 입장이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각자 성숙한 개인으로 인간대 인간으로 여기며 공존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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